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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마케터의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 출장기

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기업에서 글로벌 디맨드 제너레이션 (Demand Generation) 팀을 이끌고 있는 테크 마케터에요. 영국에서 거주하며 풀 재택근무를 하고, 상사와 대부분의 마케팅 팀원들이 미국에 있는, 다소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요.


*디맨드 제너레이션: 회사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인지도와 수요를 이끌어내는 광범위한 마케팅 활동. 단순히 리드(고객 정보) 생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교육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2020년부터 쭉 미국 테크 회사에서 일해오고 있는데요.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운 기간도 있었고, 또 영국 지사에서 근무하는지라 지난 2년 동안 본사를 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실리콘밸리 본사로 출장을 다녀오게 됐어요!


이번 출장의 주 목적은 세일즈 킥오프에 참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직 한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제 상사와 새로 부임한 CMO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어젠다 중 하나였어요. 테크 기업의 성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애플 본사는 꼭 가보고 오자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었답니다.


*세일즈 킥오프: 세일즈 킥오프(SKO)는 회사의 영업 부서가 주최하는 연간 회의입니다. 주요 목적은 한 해의 목표와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전략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세일즈 킥오프(SKO) 기간 동안 상사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눴고, 미국 지역 영업팀 동료들과도 만나보았습니다. SKO에 참여한 마케팅 팀 동료과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실리콘밸리의 삶도 엿볼 수 있었어요. 스타트업 엑시트를 이미 두번이나 경험한 친구이기에 관심사가 비슷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대화를 나눴답니다.


마지막 날 오전에 예정된 마케팅 분기 보고까지 잘 마치니 그제서야 겨우 짬이 나더군요. 서둘러 애플과 구글 본사를 방문한 후, 다시 공항으로 향해 밤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크게 세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 내용을 자세히 공유해볼게요.


 

🍎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국가


애플은 본사(HQ)를 ‘캠퍼스’라고 부릅니다. 구 캠퍼스와 신 캠퍼스는 모두 쿠퍼티노(Cupertino)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상사와 함께 애플 사옥을 둘러보러 갔는데요. 덕분에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쿠퍼티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이 있는 캠벨에서 쿠퍼티노까지 가는 도로변에서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을 여럿 발견했어요. 쿠퍼티노에 진입하니 애플 간판이 있는 건물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건물의 용도에 따라 하늘색, 검은색, 빨간색 등 예전 애플 로고에 포함되어 있던 다양한 색으로 구분해 두었다고 하네요.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애플은 보통의 회사들처럼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고 건물을 매입했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건물 뿐 아니라 쿠퍼티노에 있는 많은 건물들이 애플의 소유라는 사실에 정말 놀랐습니다. 구 캠퍼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신사옥으로 이동하는 길에 찐부자들이 산다는 지역도 지나쳤어요.


이정도면 애플이 쿠퍼티노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한 국가의 발전은 곧 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미국과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 ‘애플’과 함께 쿠퍼티노도 발전하고 그 가치도 높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마치 UFO 같이 생겨 '스페이스쉽(Spaceship)' 캠퍼스라고도 불리는 애플 파크(Apple Park)는 외부인이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신 방문자를 위해 별도로 운영하는 비지터 센터에 가봤는데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여 애플파크를 간접적으로 나마 구경할 수 있었어요.


비지터 센터 근처를 걷다보니 애플파크 외관의 일부가 살짝 보이더라구요. 안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습니다. 현장에는 저 말고도 많은 방문객들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지나는 곳마다 활발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애플, 구글, 메타 등 테크 기업 본사를 돌아보는 실리콘밸리 투어 상품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요! 


 

⛰️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


요새는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가 있어서 나와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도 쉽게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지라고 여겨지는 지역의 생활도 브이로그로 찾아볼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경험은 그 깊이에 있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행을 가면 꼭 그 도시의 슈퍼와 동네 식당을 가보곤 합니다. 재미난 단서들로 현지 사람들의 일상을 유추해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안타깝게도 이번 출장에서는 호텔과 사무실만 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 아니라 그런지, 걸어갈 수 있는 반경 내에는 슈퍼도 상점도 없더군요. 


다행히 현지에 사는 마케팅 팀 동료가 애정하는 스페인 레스토랑에 저를 데려가 주었어요. 작년에 저희 회사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팀으로 합류하게 된 친구인데요. 브라질 사람이고 미국에 오기 전에는 캐나다에 살았습니다. 


맛있는 타파스를 먹으며 줌 화면으로는 하기 어려운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PM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부부는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벌써 두번이나 엑시트를 경험했다고 해요.

7년 전, 캐나다에서 실리콘밸리로 넘어와 처음으로 만든 스타트업을 엑시트하고, 그 다음 만든 두번째 제품이 저희 회사에 인수되며 저와 이 친구는 동료 사이가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지금은 세번째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들과 살기에는 실리콘밸리의 삶이 다소 지루한 편이라, 최근 LA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이 지역을 떠난 지인이 이 친구 뿐만은 아닌데요.


코로나 이후로 계속해서 상점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기업들도 사무실을 줄이기 시작했는데요. 팬대믹은 끝나고 일상을 되찾았지만, 캘리포니아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리콘밸리는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많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요. 이번 출장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밸리를 경험하며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력상 똑같은 기간일지라도 실리콘밸리에서의 3년과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3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밸리의 3년은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지고, 유니콘이 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반면, 남아공에서는 30년이 주어지더라도 현실적으로 유니콘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실리콘밸리에는 투자자들, 즉 금융 자원과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스타트업이 모여듭니다. 매일, 매월, 매년,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죠.


그렇기에 절대적인 기회의 수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많고, 이는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전세계에서 온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교류하며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 주기도 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인적 자원들이 모여 경쟁하고 협력하며 혁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이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열려있는 건 아닐거에요. 하지만 확률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개인의 노력과 열정이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5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상대적으로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이나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할 기회도 훨씬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회의 땅’에 산다는 것은, 더 자주 더 큰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되어있는 곳이죠. 


(*실제로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기술이나 창업 혹은 직업적 목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이 친구들에게 실리콘밸리는 조금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혁신의 숨은 비결, 다양성


저는 남아공에서 약 2년, 두바이에서 4년을 거주하고, 영국으로 거주지를 옮겼습니다. 덕분에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유럽의 많는 나라를 가보고 현지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신기하게도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2022년 보스턴 출장으로 처음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같은 영어를 쓰지만 영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미국이 새롭긴 했지만 그다지 제 인상에 깊게 남지는 않았었습니다.


남아공을 사랑하는 1인으로서 캘리포니아가 남아공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요. '진짜 그런지 궁금하다' 정도의 마음으로 이번 출장을 떠났습니다. 근데 막상 다녀오니 한번 쯤은 미국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두바이는 너무 덥고 인공적인 도시이지만, 중동 경제의 허브라는 이점이 있습니다. 남아공은 훌륭한 날씨와 자연이있고 물가도 저렴하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나라인 점이 치명적이죠. 


미국은 남아공처럼 자연 환경도 좋으면서, 경제에 있어서도 강국이니, 금상첨화! 이름만 들어도 아는 훌륭한 테크 기업들의 탄생지인 실리콘밸리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 신기했던 점은 애플과 구글 본사 근처를 지나며 아시아계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는데요. 상사의 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는 중국 혹은 인도계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합니다.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도 인도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3순위는 미국 기업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이 기업들이 위대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코 '혁신'일 것입니다.


기존 질서를 파괴(disrupt)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선점해온 기업들이기 때문인데요. 언제나 한발 앞서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은 '다양성'이 있는 문화와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캘리포니아는 제가 사는 영국보다도 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모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에 50주가 있다보니 주마다 환경이 다 다르겠지만요!) 제가 다니는 회사를 포함하여 미국에 본거지를 둔 많은 기업들은 아주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지금껏 살아보거나 일해본 국가 중에 가장 문화적 다양성이 적은 곳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데요.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한국어를 쓰는 한국 사람이 모여 일하는 우리나라가 꽤나 특별한 환경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다양한 인종, 국적, 문화가 섞이게 되면 그만큼 자연스럽게 새로운 종류의 갈등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생길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실리콘밸리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아우트로


아마도 제가 경험한 실리콘밸리는 아주 단편적인 일부분일거에요. 마치 외국인 여행객이 본 '화려한 서울'처럼,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측면들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영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듯, 실리콘밸리에도 많은 한국인 직장인분들 그리고 창업가분들이 살고 계신걸로 알고 있어요. 이 분들이 느끼는 실리콘밸리의 생활은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마케팅

테크 마케터로서 실리콘밸리 출장은 정말 의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사실 12년차에 접어들며 이후 커리어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요즘이었는데요.


직장 생활에 있어서 저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저를 가슴 뛰게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마케터로서 그리고 디지오션의 창업자로서 겪는 크고 작은 실패와 성장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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