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고,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 - ft. 변화에 대하여
- 그팀장
- 2시간 전
- 11분 분량
2025년은 나에게 커리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시기였다.
지난 몇 년간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올해 초 필드 마케팅 부서를 새로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1년 동안 총 15개의 이벤트를 진행했고, 12번의 현장 운영을 하느라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다.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분주했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안정을 되찾아간다.
고작 1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이전과는 다른 시야를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드디어 지금까지의 챕터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다음 챕터를 더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올 한 해 느끼고 배운 것 10가지를 정리해봤다.
1. 다섯명의 임원에게서 본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
필드 마케팅을 맡으며 다섯명의 임원진과 가깝게 일하게 됐다. (이전에는 내 상사가 임원들과 직접 일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레이어가 하나 사라진 셈이다.)
처음에는 나의 새로운 직속 상사 (작년에도 일은 같이 했지만 직속은 아니었다)와 주로 일을 했다. 그리고 점점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임원진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때론 현장에서도 함께 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게 결코 쉽지는 않았다. 업무 자체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필요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진 리더들은 어떤 사항에 대해 의견이 좀처럼 일치하는 법이 없더라. 각 리더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정말이지 고통스러웠다.
모든 사항에 대해 강한 의견을 가진 이 리더들이 때론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조율을 해야만 정리가 되는 상황도, 각 임원에게 답장을 받기 위해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도 싫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임원들 사이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각각의 인물들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길고 지난한 커리어 여정을 거쳐 이 자리에 도달한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어떤 주제이든 굉장히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대해 피력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끝까지 가만히 들어보면 그 이유가 ‘논리’를 바탕으로 할 때도 있고, ‘내가 한 말이니까 맞아’라는 ‘자존심’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심지어 후자의 경우조차 보통 그 의견에 일리가 있을 때가 많았다.)
나는 논리를 바탕으로 의견을 전개하는 리더들에 주목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자신의 모든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옆에서 관찰해본 결과, 그 차이점은 바로 ‘사고력’에 있었다. 아주 작은 주제라도 스스로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훈련을 오랜 시간동안 해오지 않았을까.
이는 다음 포인트에 다룰 ‘전략적 사고’와도 연결되어 있다.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수많은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순간 순간에 ‘왜 그랬을까?’를 궁금해하고 나름의 답을 내려보는게 중요하다. 마치 머신러닝처럼 이런 경험 데이터가 쌓여 전략적 사고를 만드는게 아닐까.
내가 함께 일하는 리더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저마다의 성격과 스타일에 맞게 성과를 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리라. 각각의 방식에 장단점이 있을테지만, 모든 리더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이들이 일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학습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또 궁금한게 있으면 개인적으로 물어보며 배움을 이어가기로!
2. 관계 관리는 성과 관리 만큼 중요하다
나는 직장에서 적이 없는 편이다. 그건 내가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고, 왠만하면 이해하거나 져주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갈등을 마주하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할까.
올 한 해 이벤트를 하며 회사 안밖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관계를 맺었다. 위에서도 설명했듯 하나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상사들, 동료들 그리고 팀원들 모두와 골고루 일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관계 관리에 괜찮은 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여전히 나보다 남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남아있긴 하지만, 경험과 연습을 통해 균형을 더 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일이라는 매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며, 사람 그리고 관계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알면 알수록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 그리고 관계에 영향을 받는 존재인 것 같다. 똑같은 부탁이라도 관계가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했을 때 반응이 다른 것처럼.
또한 올해를 지내며 모종의 연유로 껄끄러웠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아지는 경험도 했다. 관계는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하면 바뀌기도 하더라. 그러니 회피하지 말고 어떤 상황이든 기꺼이 겪어보고,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보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관계 자산'을 쌓고 관리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보자.
3. 전략적 사고가 없는 실행을 경계하라
되돌아 보면 필드 부서를 맡고 초반 3-6개월은 실행(운영)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 같다. 특히 아주 초기에는 이미 참여하기로 결정된 이벤트를 위해 준비하는 업무를 위주로 시작했다.
그 후 몇 개월도 어떤 이벤트에 참여할지부터 부스 메시징까지 상사에게 자동으로 의견을 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벤트 전, 현장 운영 그리고 후의 업무를 태스크 형태로 약간 기계적으로 처리했었다.
하반기에 들어서며 9월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뷰(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사에게 의존했던 선택의 영역들에 대해 나의 의견을 가지게 됐다. 이벤트에 있어 내 역할이 점점 확장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벤트와 관련된 일련의 업무들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예산을 투자할 이벤트를 고르는 것부터 사전 홍보를 하고, 미리 (현장에서 임원진과의) 미팅을 잡고, 부스 운영을 하고, 획득한 리드의 퀄리티를 구분하여 팔로업하고, 그 결과를 트래킹하는 것까지. 한 명의 잠재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알게 되어 계약 성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소상히 알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저 물류와 운영 측면에서 나아가, 잠재고객을 만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로서의 이벤트를 생각하게 됐다. 하나의 이벤트를 마치는데 정말 많은 리소스가 투입된다. 후원(스폰서십)이나 운영비는 기본이고, 출장비나 스태프나 임원진의 시간 같은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투자한 금액은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적은 리소스로 더 큰 매출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그간 내가 실행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금껏 이유를 모른채 ‘그냥 해야되니까 했던 업무’들이 많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의 한정된 시야에 있었다. 오래동안 해왔던 디맨젠 업무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졌다. 물론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계약 성사 과정을 트랙킹하긴 하지만, 내가 잠재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리드에게 연락해서 미팅을 잡는 역할을 하는 SDR 팀과 가깝게 일했지만 내가 관리하지는 않았기에 그 과정을 소상히 알지는 못했다.

필드 프로그램을 맡으며 이벤트 현장에서 잠재 고객을 만나고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할 수 있었다. 마케팅을 아는 것 만큼이나 산업과 시장 그리고 제품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단 걸 피부로 느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영역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당시 내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가 보인다. 전체 비즈니스에 있어 마케팅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이 시장에서 우리 비즈니스와 제품은 어떤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는지, 이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등을 더 자세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고 재밌다.
딱 어느 한가지 이유로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년에 걸쳐 15개의 이벤트를 경험하며 직접 느끼고 관찰한 것 그리고 상사와 임원진들의 코칭과 간접적인 영향이 모두 골고루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일단 무언가를 깨우치고 사고가 확장되면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첫 사회 생활, 러시아 소치에서의 올림픽 프로젝트, 남아공과 두바이를 거쳐 영국에서의 직장 생활, MBA 졸업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의 어려웠던 시기를 거쳐 돌파구를 찾기까지. 각 인생의 단계마다 마치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느껴왔다.
지금의 알을 깨고 나면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그 과정에서 나는 또 무엇을 배우고 깨닫게 될지 기대가 된다.
4. 시장, 비즈니스, 제품에 대한 이해 없이는 발전도 없다
지금 회사로 이직을 한지 어언 4년이 되어간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 제품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간 꾸준히 인프라 기술을 공부해왔지만, 워낙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보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올해 이벤트를 맡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부스에서 잠재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갖춰야 했다. 처음엔 메시징 스크립트를 외워서 떨리는 목소리로 엘리베이터 피치를 했었다.
매번 이벤트에서 잠재고객들에게 다양한 기술 관련 질문을 받으면, 함께 간 기술팀 스태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동료가 대답할 땐 옆에 서서 노트에 필기를 하고, 이벤트가 끝나면 그 동료에게 따로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항상 출장 가는 비행기 안 그리고 호텔에서 밤까지 인프런과 유튜브로 강의를 들었고, 다녀오면 새롭게 배운 것을 복습했다.

이벤트에 갈 때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공부한 내용이 이해가 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하반기에는 AI 솔루션을 론칭하며 주로 AI 이벤트에 참여했다. 아직 초기 단계의 비즈니스인 만큼 최소한의 정예 인원이 이벤트를 다니며 판매 기회를 만들어가는게 목표였다. 이 즈음은 출장이 너무 많아 벼락치기 수준으로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도 마치 퍼즐 조각이 들어맞는 것 같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기술을 아주 조금이 나마 이해하고 나서야 우리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영상과 책으로 배운 이론이 실무에서의 경험과 시너지를 내며 나의 공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제야 뭔가 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더 신나고 재밌었다.

예전에는 마케팅 지식과 경험만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회사의 캠페인 성공 사례나 마케팅 기법(tactic) 수준의 자료를 찾고 읽는데 머물렀었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내 디맨젠 캠페인이 실패했던 이유는 내가 제품과 잠재고객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였던 것 같다.
언젠가 이벤트 현장을 함께 했던 임원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제품과 기술을 잘 모르는 채로 어떻게 마켓(마케팅) 할 수 있겠냐고.’ 반박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얼마나 많은 마케터들이 자신의 제품을 모른채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특히 B2B 테크 쪽은 더 심하고, 나 역시도 그랬다.)
차이나는 성과를 만들려면, 개인 기여자(IC)에서 전략을 결정하는 리더가 되려면, 자신의 도메인 지식 만큼 제품과 업 그리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이란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쿠버네티스 공부 여정은 지속될 예정이다.
5. B2B에서도 독창성은 차별화를 만든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 마케팅은 보통 딱딱하고 정형화된 편이다. B2C 마케팅처럼 창의적이고 개성이 묻어난 마케팅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내가 일하는 테크 업계 (미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종종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체감상 70%는 남들이 하는 대로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는 것 같아 보인다. 이벤트로 치자면 흔한 사은품과 경품, 따분한 부스 디자인 그리고 글이 가득한 브로슈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만약 나처럼 올해 15개의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똑같은 부스 디자인과 운영 방식을 15회 반복했을 가능성이 꽤 크다. 반면, 우리는 최소한 5개의 새로운 테마를 적용했고, 매 이벤트마다 최적화했으며, 시간을 거듭할수록 발전시켜갔다.
물론 담당자인 내 입장에서는 매번 작게나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모든걸 다시 준비하는게 참 고단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옳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도 이 방식을 고수할 계획이다.
어떤 전시를 가든 늘 우리 브랜드 부스에는 트래픽이 몰렸다. ‘디자인이 멋지다’ ‘너네 부스가 제일 재밌다’는 피드백을 전한 방문객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우리의 티셔츠를 바로 입고 돌아다니거나, 스태프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다른 전시 참가 기업들도 찾아와 우리가 특별 제작한 경품 (스케이트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B2B 마케팅의 ‘기준이 낮다’는 걸 알게 됐다. 모두가 다 지루하고 뻔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서, 조금만 특별해도 금방 눈에 띨 수 있다. 사실, 대단히 어려운 것을 시도한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 다름은 알아보고 좋아해줬다.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영역임에도 왜 대부분은 시도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고정된 마인드셋(사고)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하던대로, 남들이 하던대로, 그냥 ‘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보다는 ‘원래 다들 이렇게 하니까’의 마인드로 일하는게 훨씬 더 편하긴 하니까. 기꺼이 불편한 방식을 택할 때, 지금보다 반드시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믿을 때, 우리는 작은 영역에서도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초반에는 부스 디자인이나 홍보물 처럼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크리에이티브를 개선했다. 후반부에는 부스 운영이나 제품 데모, 스태프들이 전하는 메시지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 집중했다. 특히, 부스에서 인터랙티브 데모를 새롭게 시도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이전 이벤트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데모 툴을 도입하게 됐다.
큰 전시회에서는 스피커와 마이크를 사용해서 비디오를 재생하며 데모를 하는 방식을 자주 볼 수 있다. 대신 우리는 헤드셋을 나눠줬고, 5-10분 길이의 짧은 인터렉티브 데모를 매 정시에 진행했다. 화면으로 본 내용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QR 코드를 나눠주고, 경품 추천과 함께 데모를 마쳤다.
매 이벤트마다 단 하나라도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 진행할 첫 이벤트에는 브랜드 액티베이션과 칵테일 파티를 처음으로 기획하고 진행할 예정이다. 언제나처럼 기대 보다는 걱정이 앞서지만, 이 또한 잘 해낼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리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미리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6. 마케팅 의사결정의 중심엔 고객이 있어야 한다
위 포인트와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이벤트 하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십가지의 결정을 하게 된다. 부스 메시지, 디자인, 위치, 참여 스태프, 벤더 등등.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것이 엄청난 압박이자 스트레스였다.
지금 잘못된 결정을 하면 나중에 현장에서 고생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충분히 고민을 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시간을 끌어서 마감일을 놓쳐서도 안된다.
이벤트를 거듭하며 결정의 파급효과가 특별히 큰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중요도에 따라 의사결정에 투입되는 시간과 에너지도 달라져야한다는 걸 알게 된것이다. 예를 들어, 부스의 디자인과 메시지가 중요도 1이라면, 브로슈어 종이 사양 선택은 중요도 5 정도가 되는 것.
이렇게 중요도가 높은 영역에 있어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그 기준이 ‘고객’이 되어야 한다. 이벤트에서 고객은 ‘방문객(attendee)’다. 우리가 참여하는 이벤트의 방문객의 특성 (직무, 직급, 산업, 고충점, 관심 주제 등)을 이해하고 의사 결정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스 디자인의 경우, 한 방문객이 메인 입구를 통해 들어와서 우리 부스를 스치듯 지나가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어떤 위치에 부스가 있는게 유리할까? 부스를 봤을 때 뭐가 보이면 눈길을 끌까? 가장 큰 첫줄을 읽었을 때 자신과 관련있는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들까? 다음 줄 세부 메시지는 어떤 고충점을 다뤄야할까?
많은 기업에서 이런 결정에 있어 고객을 중심으로 도출한 아이디어 보다 내부 임원진의 의견이 더 우선시된다. 나의 경우처럼 운좋게 경험이 많고 고객 중심 사고를 하는 임원진들과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럴 땐 실무자가 설득을 해야하는데, ‘고객의 입장’을 기준으로 논리를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설득이 안된다면 그 기업에는 마케팅이 해결할 수 없는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7. 모든 걸 자동화 할 때 생기는 비극
올해의 핫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코 ‘AI’다. 너도 나도 AI 서비스를 론칭했고 (나 자신 포함),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AI를 콘텐츠로 다뤘다. 산업 혁명 만큼 인류 역사를 뒤바꿀 기술이라는 것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다양한 실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적어도 내가 관찰한 현상은 사람들이 AI에 너무 의존하면서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AI가 제공한 결과물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올해 이벤트를 위해 ‘아웃바운드’ 채널 업무에 관여하게 되었다. 이벤트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방문객들에게 연락을 취해 임원진과의 미팅을 잡기 위함이다. 아웃바운드를 맡은 팀은 계속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대로 있을 수 없었던 나는 그들의 프로세스를 하나 하나 다 검증해봤다. 데이터에는 오류가 가득했고 (예: 아웃바운드 리스트에 경쟁사 포함), 개인화가 하나도 되지 않은 메시지는 몇천통씩 자동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이 블로그에도 자세히 적었지만, 반드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들이 있다.
수동으로 일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자동화를 하려는 의도 자체는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 그리고 자동화 후에 검수를 하지 않는다면 절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곰곰히 따져보면 이벤트는 특히나 자동화가 어려운 업무들이 많다. 특히, 현장 운영, 사람이 직접 대면해야하는 모든 업무가 그렇다. 이 일을 하며 더욱 사람이 수동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는다.
8.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 방법이 있다
올해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모든 문제에는 해결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언제나 솔루션은 있다. 물론 그 솔루션이 얼마나 적합하고 만족스럽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채용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내 새 부서에 할당할 헤드카운트가 없었는데, 포기하고 내가 다 하려는 찰나, 상사가 계약직은 정직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조언을 줬다. 그렇게 새로운 리소스를 얻었다.
아웃바운드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성과가 없다고 포기하는 대신, 끝장 볼 때까지 파고들었다. 프로세스를 전부 뜯어보고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건, 문제를 해결하는데 때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한다는 것이다.

임원진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해줬다. 같은 상황을 겪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같은 업계의 동료들은 어떤 해결책을 찾았는지를 통해 정보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묻는 걸 싫어하는 편이고 스스로 알아서 리서치해서 방법을 찾는 편이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가 마주하는 문제들이 그런 식으로는 해결이 잘 안되는 종류의 문제들이더라.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들,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들.
그래서 내 상사와 임원분들이 소개해준 사람들을 위주로 조금씩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막막한 상황에서 경험 많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돌파구가 보이곤 한다.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 다만 얼마나 끈질기게 파고들 것이냐, 얼마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것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9. 팀원을 통해 나를 이해한다
이전에도 채용은 계속 해왔고 팀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늘 하던대로 채용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확신이 서지 않아 3개월 연장을 했다. 결국 그로부터 한달 내에 정직원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될만한 것이 아님에도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언행들이 있었다. 업무 처리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일에 임하는 태도 같은 것들.
신기한 건 그런 지점들을 통해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과 일할 때 더 편하고 또 신뢰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 스킬이나 성장 잠재력만큼 성격적으로 핏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6개월 동안 의아하거나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었다. 쎄한 느낌이랄까. 최소한 이제는 그런 신호들을 그냥 넘어가지 말고 고려해야겠다 싶다. 초반의 직감이 틀리지 않을 때가 많더라.
그리고 100% 만족스러운 채용은 없는 것 같다. 가능하면 명확한 기준을 세워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고 노력하겠지만 거기에는 운도 따르는 것 같다. 완벽한 프로세스도, 완벽한 판단도 없다. 다만 경험이 쌓이며 조금씩 나아질 뿐.
팀원을 선택하는 과정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어떤 팀 문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 모든 것들이 채용 결정에 녹아있다.
10. 성장은 ‘안’에서 시작된다
위에 모두 설명한 것처럼 상황과 환경이 변하니 내 관심사도 서서히 변했다. 예전에 관심을 갖고 보던 주제의 콘텐츠들에 대한 흥미를 조금 잃었다.
마케팅 기술이나 특정 채널의 사례보다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더 넓은 범위의 주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전략, 시장 분석, 제품 포지셔닝, 비즈니스 모델 같은 것들. 실행보다 '왜'에 대한 질문에 더 끌리게 됐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나 사례를 꾸준히 접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작은 문제라도 스스로 끝까지 해결해보는 경험인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리서치를 하겠지만, 결국 내 손으로 직접 부딪혀보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실패하는 과정에서 하는 생각이나 고민이 결국 자산이 된다. 남의 성공 사례를 백번 읽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한번 실패하고 그 이유를 고민해보는 게 훨씬 더 깊은 배움을 준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고민이 나만의 관점을 만든다.
성장은 밖이 아니라 안을 볼 때 시작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을 때, 트렌드를 쫓기보다 내 상황과 문제를 깊이 들여다볼 때, 비로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따.
올 한 해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외부에서 답을 찾는 대신, 내 안에서 질문을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그 질문들과 씨름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것.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한다. 불편하고 고단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계속하기로. 그렇게 조금씩, 2026년에도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