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케팅 팀도 성과를 내는, 프로세스 접근법
- 그팀장
- 4월 14일
- 5분 분량
💡이 블로그는 디지오션 에디터의 관점과 경험을 담아 직접 작성한 글이에요. 편집/퇴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생성 AI의 도움을 받았어요!
📌 목차
어느날 갑자기, 직무가 바뀌었습니다.
저는 사회 초년생 때, 이벤트 마케팅, AE, 편집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3-4년 정도 했었구요. 그 이후로는 꽤 오래동안 디맨드 제너레이션(디지털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해왔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Director of Demand Generation이란 타이틀로 3년째 일하고 있죠.
지난 주 초, 저에게 새로운 특명이 내려왔습니다.
“미션, 필드 마케팅 팀을 꾸려라!“
사실, 작년 9월부터 제 업무에 조금씩 이벤트가 추가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정식으로 이벤트, 파트너, 채널 등을 아우르는 필드 마케팅 팀을 맡게 된건데요. 파트너나 채널 마케팅은 거의 처음 해보는 역할이에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는데요. 일단 부족하더라도 직접 부딪쳐가며 배워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리고는 이것 먼저 시작하기로 했어요.
바로, 프로세스 만들기!
왜 하필 프로세스였을까요? 그 이유를 이번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볼게요!
🪜 일단 시작하기 vs. 설계 먼저하기
새 직무를 맡고 나서 처음 한 두달 간, 사실상 팀원 없이 모든 일을 혼자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당장 2주 후면 다가올 큰 행사도 진행해야 하고, 그 후로도 7월까지 3개의 이벤트가 연달아 예정되어 있었어요. 거기에 업무 인수인계, 프로세스 정리, 인턴 채용, 연간 전략 수립, 다가오는 행사 준비까지… 할 일이 산더미였죠.
이러다 방향성을 잃고 전략 없이 당장 급한 일만 처리하게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눈앞의 결과보다는 ‘일의 틀’을 먼저 잡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습니다.
이 업무의 최종 목적은 뭔지, 어떤 KPI를 설정해야 할지,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떤 프로세스로 움직여야 할지.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습니다.
지금 당장은 시간이 좀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요. 앞으로 더 많은 업무가 몰려오고 팀원이 합류했을 때, 일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구조와 전략을 만드는게 급선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닥치는 대로 일하는 대신, 전략과 프로세스를 설계하기 시작했어요.
☝🏻 더 큰 마케팅 성과를 위해, ’일의 기준’ 만들기
물론, 일을 하나하나 ‘잘’ 해내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각 업무가 어떤 목적을 향해 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야 하고요. 이런 ‘기준’이 없다면 늘 바쁘기만 하고, 정작 중요한 성과는 놓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일의 기준’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기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저 역시 매번 상사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아도 될거구요. 나중에 팀원들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가이드라인도 되어줄 수 있어요.
다음과 같이 5단계로 구조를 먼저 세웠어요.
1. 연간 전략 수립
2. 각 분기별 실행 계획 정리
3. 현황을 보여주는 캘린더 제작
4. 구체적인 프로세스 정립
5. 그리고 실행
1️⃣ 연간 전략 수립
가장 먼저, 비즈니스의 큰 방향성과 목표를 정리했어요.
그 목표를 중심으로, 필드 마케팅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정의했죠. 이런 틀이 있어야만 각 활동이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고, 나중에 우선순위도 명확해져요.

이러한 내용을 담아 연간 전략 문서를 만들고, 상사와 함께 논의했어요.
올해 비즈니스 전략 (모든 부서를 관통하는 비즈니스 전략과 목표)
이벤트/파트너 마케팅 목표 (어떻게 전체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핵심 성과측정 지표 (목표 달성 여부와 기여도를 어떻게 측정할지)
예를 들어, 이벤트는 ‘수집한 리드 수’, ‘계약으로 이어진 리드 비율’, ‘현장 참여도(티셔츠 수령 수, QR 스캔 횟수)’, 'SOV(Share of Voice)' 등.
파트너 마케팅은 ‘공동 콘텐츠 수’, ‘웨비나 진행 건수’, ‘파트너 계약 건수’ 등을 지표로 삼을 수 있겠죠.
기대되는 비즈니스 효과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필요한 예산과 예상 ROI (투자한 비용 대비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분기별 실행 계획
2️⃣ 각 분기별 실행 계획 정리
그 다음엔 1분기의 주요 목표와 확정된 활동들을 중심으로 실행 계획을 문서화했어요. 단순한 할 일 목록(TO DO)이 아니라, ‘전략을 어떻게 실행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게 중요해요.
실행 계획은 한 번 작성하고 끝내는 작업은 아니에요. 매 분기마다 전 기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배운 점을 반영해 계획을 계속 조정해 나가야 해요. 그래서 저는 팀과 함께 완성해가는 '운영 메뉴얼'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3️⃣ 현황을 보여주는 캘린더 제작
꼼꼼하게 세운 계획을 나 혼자 알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모든 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캘린더를 만들어 마케팅 팀 그리고 다른 부서와도 공유했어요. 날짜별로 행사와 현황을 정리했고, 여러 부서가 공통적으로 궁금해할만한 정보를 포함했어요.
각 이벤트에 대한 개요, 일정, 홍보 계획 등을 정리한 문서를 링크로 연결해두었어요. 캘린더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한 눈에 보고, 각 문서를 통해 세부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죠.

4️⃣ 구체적인 프로세스 정립
그 다음은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단계인데요. ‘어떤 이벤트를 선택할지’, ‘내부 팀들과는 어떻게 협업할지’ 등 전체 흐름을 문서화하며 체계를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관성처럼 이어져 오던 불필요한 방식들도 점검했어요.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이유로 반복되던 비효율적인 루틴을 되돌아보고, 정말 필요한 일만 남기는 방향으로 구조를 다듬을 수 있었죠.
✅ 이벤트 티어링 시스템
→ 어떤 이벤트에 얼마만큼의 리소스를 투입할지 기준을 정리
✅ 이벤트 선정 프로세스
→ 타 부서에서 제안한 이벤트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후원 여부를 결정할지 정리
✅ 내부 협업 프로세스
→ 특히 디맨젠 팀과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어 협업할지 정리

5️⃣ 그리고 실행
이제야 비로소 이벤트와 파트너 마케팅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할 단계입니다.
우리는 흔히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전략을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략은 맞았음에도 실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아요.
그렇다면 실행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강형근 대표는 세바시 인생 질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이 영상, 너무 좋아서 N번째 다시보고 있어요☺️). "실행을 잘하려면 왜 이 실행을 하게 됐는가에 대한 '전략'을 이해하는게 대단히 중요하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여러 번 던지다 보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이게 된다."
Why? 그 전략의 의도가 무엇일까?
For what? 무엇을 위해서?
So, how? 그래서 어떻게 할까?
결국, 올바른 전략을 세우고, 그 의도에 맞게 제대로 실행하는 것. 이 두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내부 소통의 ‘언어’가 되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겼어요.
단순한 실행 가이드였던 프로세스 문서가, 어느새 내부 소통을 돕는 공통의 '언어' 역할을 하기 시작한거예요. 예전에는 “이건 왜 하는거냐”고 물으면, 그때마다 일일이 설명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기준과 배경을 정리한 문서가 생겼고, 그 덕분에 이해관계자들과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조율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이 문서를 기반으로 전략과 진행 상황을 외부 팀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함께 업데이트하는 루틴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어요. 그 과정에서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이전에는 놓쳤던 팀 간 시너지도 점차 생기기 시작했죠.
이렇게 단순해 보이던 문서 하나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줬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 우리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여정
처음 이 변화를 맞이했을 때, 솔직히 많이 두려웠어요. (사실 지금도요..)
7년 동안 익숙하게 해온 디맨젠을 내려놓고, 전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했으니까요.
막막했지만, 곧 깨달았어요. 저에게 당장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요. 그리고 프로세스를 만들면서 그 방향을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이것입니다.
프로세스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고 팀과 팀을 이어주는 구조 그 자체라는 것.
혼자 일할 때는 기준이 되어주고, 함께 일할 때는 방향을 맞춰주는 중심축이 되어주죠. 특히 새로운 팀을 이끌거나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이런 ‘전략적 도구’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실제로 프로세스를 정리한 이후, 여러 부서가 저희 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조율되기 시작했고요. 자연스럽게 마케팅 성과 또한 빠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 ‘프로세스로 일하는 법’ 3가지
방향을 먼저 잡는다
→ 목적과 KPI를 먼저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이에 맞는 활동들을 하나씩 채워나가면 됩니다.
구조를 만들고 공유한다
→ 문서화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언어이자 도구입니다.
반복하며 다듬는다
→ 프로세스는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팀과 함께 다듬어가는 '매뉴얼'이에요.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의미와 방향을 되찾는 연습이 되었어요.
마치 항해 중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요. 흐릿해진 목표 앞에서, 제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볼 수 있게 해줬다고 할까요.
지금 이 편지를 읽고 계신 독자님께도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는 어떤 ‘기준’이 있으신가요?
독자님의 업무를 움직이는 프로세스는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