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할만한 이야기
7월 21일 북미 개봉한 영화 ‘바비(Barbie)’가 시사회에서만 2,230만 달러(약 28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올해 최고 기록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의 1,750만 달러, <더 배트맨>의 2,160만 달러, <탑 건: 매버릭>의 1,7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수치다.
🧸바비(Barbie), 인형 아니었어?

‘바비(Barbie)’는 미국 장난감 전문 기업 마텔(Mattel)이 1959년 3월 뉴욕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 선보인 패션 인형이에요. 최초로 성인 여성 모양을 한 어린이용 인형이었던 바비의 등장은 혁신적이었어요. 약 6년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하며 포춘 500대 기업에 오를만큼 시장의 반응이 좋았죠.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억 개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큰 인기를 얻은 동시에 바비 신드롬이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어요. 마텔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다양한 키, 체형, 직업 등을 가진 바비를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바비의 인기는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바비가 출시된 1950년대와 비교하여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가 너무 많이 변화했기 때문일텐데요.
🚑 특명, 바비를 살려라

마텔은 바비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합니다. 바비 브랜드를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한 건데요. 영화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새로운 잠재고객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죠.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바비의 IP (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를 영화, 비디오 게임, TV 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마텔의 경쟁사, 해즈브로(Hasbro)는 Transformers, My Little Pony, G.I. Joe 등 장난감 브랜드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영화를 출시했어요. 레고(LEGO)가 만든 LEGO Movie와 LEGO Batman Movie도 흥행에 성공해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와 손을 잡은 영화 ‘바비(Barbie)’에 무려 1억 달러(1,286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마텔은 브랜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중요한 이벤트인 만큼 영화를 마케팅하는데도 총력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영화 '바비'는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습니다.
🎬 영화 '바비'의 마케팅 전략

사실, 영화 바비의 마케팅팀은 꽤나 오랜 시간동안 캠페인 론칭을 준비했다고 해요. 하지만, 긴 준비 기간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법은 없죠. 그럼 영화 바비의 마케팅은 뭐가 특별했을까요? 저는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1️⃣ 100개가 넘는 브랜드/인플루언서와 콜라보
바비 마케팅 팀은 몇가지 주요 채널에 집중하는 대신, 100여개의 다양한 크고 작은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택했습니다. 또한 단지 ‘홍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바비’만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만들고, 바비를 경험해볼 수 있는 행사와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이러한 제품 콜라보는 X-Box 콘솔, 크록스, 프로즌 요거트, 러그, 매니큐어, 햄버거, 악세서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참여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에어비앤비(AirBnB)와 협업하여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Malibu)에 드림 하우스를 만들고, 영화 개봉일에 맞추어 예약을 받기도 했어요. 시카고, 보스턴 등의 도시에서는 인플루언서와 함께 팝업과 크루즈 행사를 진행되며 잠재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바비의 잠재 고객을 어린이에서 더 넓은 연령층으로 확장하고 하는 마텔의 목표와 잘 부합하는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바비는 콜라보한 브랜드들의 잠재고객에 효과적으로 도달 할 수 있었으니까요.
2023년 여름, 바비의 개봉과 함께 일제히 바비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위한 이 준비는 무려 영화 개봉 18개월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요. 브랜드들은 일회성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거나, 바비 제품 판매액의 5%~10%을 마텔에 주는 조건으로 콜라보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영화가 잘될 수록 콜라보에서 얻는 수익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 바비 핑크로 각인 효과

분홍색은 오래동안 바비를 연상시키는 색으로 여겨져왔습니다. 바비 핑크라는 팬톤 컬러(#E0218A)가 있을 정도니까요. 이번 바비 영화 마케팅 캠페인은 핑크로 가득했습니다. 바비를 떠올리게하는 강렬한 핫핑크를 전략적으로 사용한 건데요.

영화 로고, 홍보 자료, 콜라보 제품, 배우 의상 등에 일관되게 이 핫핑크를 노출시켰습니다. 심지어 구글에서 바비와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하면 핑크색 팡파레 애니메이션이 펼쳐지며 검색결과페이지가 분홍색 테마로 바뀌기도 하죠.
글자 하나 없이 과감히 핫핑크로 채운 빌보드 광고는 바비의 마케팅에 ‘바비 핑크’를 사람들에게 각인 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머와 생기발랄함으로 가득한 영화 바비, 그리고 바비 브랜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3️⃣ 소셜미디어에 올-인

코로나 이후로 많은 소셜 미디어는 더욱더 중요한 마케팅 채널이 되었습니다. 영화 제작사 역시 소셜미디어에 영화의 트레일러나 포스터를 공유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죠.
영화 바비의 마케팅 캠페인은 2022년 중순에 공개된 예고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첫 포스팅이 게재된 건 2022년 12월인데요. 개봉일 기준 팔로워 수는 140만 명이 넘었습니다.
바비 마케팅 팀은 소셜미디어를 단지 개봉 전에 예고편과 트레일러 몇 개 올리는 채널 중 하나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소셜미디어에 진심이었습니다. 개봉 몇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영화의 제작 과정,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는데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바비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2022년 7월 30만 개에서 현재 120만 개로 증가했습니다. 또한 바비와 콜라보한 100여개의 브랜드가 제품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이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이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죠.
👀 마케터로서
이러한 마케팅 노력이 영화 바비의 대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봉 후 초기 성과는 충분히 긍정적입니다. 어린이 인형 브랜드 영화가 엄청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슈퍼히어로 시리즈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 3편의 기록을 넘어섰으니까요.
영화 바비의 캠페인은 전통적인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합적으로 구성한 훌륭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앞서 소개한 세가지 성공 전략은 서로 연관이 없는듯 보일 수 있는데요. 사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전략적인 캠페인 기획 그리고 빈틈없는 실행 - 마케팅 캠페인 성공에 중요한 이 세가지를 영화 바비의 마케팅 팀은 멋지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예산과 자원이 있다해도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바비가 기존의 영화 마케팅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면 아마도 평범한 성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번 마케팅 캠페인의 성공은 창의적이면서 브랜드 정체성에 잘 맞는 바비만의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일 것입니다.
마케터로서 이전에 해왔던 것을 고민없이 그대로 따르는 대신, 조금 귀찮고 머리 아프더라도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테니까요!
➕ 한 편,

미국 원자폭탄 개발 역사를 담은 영화 ‘오펜하이머’와 영화 ‘바비’는 같은 날 개봉했는데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 두 영화의 포스터와 캐릭터를 결합한 ‘바벤하이머’ 밈(meme)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르가 아주 다른 두가지 영화가 함께 회자되며, 이례적인 동반 흥행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바비)와 유니버설(오펜하이머)이 관객 이탈 위험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개봉하여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합의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추측하고 있어요!